과거가 보내는 응원
사람은 변한다.
여러 번, 계속해서 변한다.
그런 변화의 과정 속에서,
지금 가진 에너지로는 세상을 견디기 어려울 때가 있다.
그럴 땐 과거의 힘을 불러오기도 한다.
옛날 사람들, 옛날 장소, 옛날 음악들.
원초적인 에너지가 넘치던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내 안의 야수성이 되살아난다.
누군가에게 야수성은 감성이 충만했던 상태일 수도 있고,
또 어떤 이에게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았던 시절일 수도 있다.
살아가다 보면, 무리 속에서 내 캐릭터를
명확히 해야 하는 순간이 온다.
하지만 정신없이 살다 보면
내가 어떤 역할을 맡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기 쉽다.
혹은 너무 이른 시기에 만들어 둔 역할이
더 이상 통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럴 땐 새로운 생존 양식을 탐색해야 한다.
때로는 책에서 길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2차 전직이 찾아오는 시점은
보통 인생 데이터가 어느 정도 쌓인 때다.
그래서 바깥에서 빌려 온 무기보다
내 안에서 끄집어낸 무기가
가장 잘 맞고, 가장 강력하다.
과거를 불러오는 일은
무뎌진 지금의 나에게
과거의 소망을 보내는 느낌이랄까.
내가 얼마나 걸어왔고, 어떤 과정을 지나왔는지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준다.
재조합의 과정 속에서
과거 시즌에 등장했던 사람들이
순서대로 다시 나타나는
신기한 싱크로니시티를 경험한 적이 있다.
그들을 마주치면,
잊고 있던 나의 모습도 함께 떠오른다.
이윽고 깨닫게 되는 건.
이만큼이나 걸어왔는데,
나는 여전히 그들에게 동일한 포지션의 사람이구나.
역할은 몇 번이나 갈아입었는데, 코어는 그대로였구나.
그 사실이 두 다리를 단단히 땅에 딛게 해 준다.
새로 꺼내 들 무기도 결국 거기서 나온다.
장소도 좋고, 음악도 좋지만
결국 사람만큼 강력한 트리거는 없다.
밤에도 달빛이 있듯,
겨울 햇살이 봄 새싹을 틔우듯,
내 양기가 식어도
그 양기를 나눠 주는 사람들이 있다.
달빛도 결국 어딘가에서 받아 온 햇빛이다.
그러니 매사에 따뜻하자.
광합성 자주 하고, 밤에는 푹 자고,
양기를 충전해서 또 나누자.
미래의 내가 그 에너지에 기대어
조금 더 살아갈 수 있도록.